본문 바로가기
도서리뷰

[도서 리뷰] 알베르 카뮈, <이방인> - 거울에 비친 그대로의 사람, 거울 앞에 있던 유일한 사람

by 제이네스(Jness) 2023. 3. 7.
반응형

알베르 카뮈 - 이방인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소설 <이방인>은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작품입니다. 1942년 그의 나이 29세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입니다. 소설이 출간된 즉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카뮈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방인>은 첫 문장으로 유명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소설 <이방인>은 카뮈의 사상과 신념을 정확히 표현한 소설이라고 알려져 있고 실존주의적 사상을 담은 소설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한 남자의 범죄와 그 범죄를 담은 재판 이야기입니다. 인물 간의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나 주인공의 복잡한 서사는 나오지 않습니다. 정말 단순한 범죄 그리고 재판 이야기입니다. 

이 단순한 이야기를 카뮈는 전면에 내놓으면서 주인공 뫼르소의 1인칭 시점을 사용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뫼르소의 행동과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리고 뫼르소의 태도와 생각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주인공 뫼르소의 살인 이야기이고 2부는 뫼르소의 재판 이야기입니다.

 

바로 그때였다. 모든 것이 기우뚱한 것은
 
이방인
1942년 『이방인』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카뮈는 알제리에서 태어난 젊은 무명작가에 불과했다. 낯선 인물과 독창적인 형식으로 현대 프랑스 문단에 이방인처럼 나타난 이 소설은 출간 이후 한순간도 프랑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빠진 적이 없는 걸작이 되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을 겪으며 정신적인 공허를 경험한 당대 독자들에게 카뮈는,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관습과 규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한다. 현실에서 소외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마주하는 실존의 체험을 강렬하게 그린 이 작품은 아직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 사이에서 고전 중의 고전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민음사에서는 불문학 최고의 번역자 김화영 교수가 이십 여년 만에 원문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오늘의 독자들에게 보다 친근한 언어로 “새로 번역하다시피 대폭 수정”한 원고를 ‘세계문학전집’ 266번으로 출간함으로써 『이방인』이 독자들에게 보다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저자
알베르 카뮈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9.09.02

알베르 카뮈 <이방인> 줄거리 - 제1부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선박 중개인으로 일하는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에 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양로원으로 갔고 장례를 치른 다음 날 해수욕을 하러 바다로 갔다 옛 직장 동료인 마리와 데이트를 하고 하룻밤을 보내게 됩니다.

 

어느 날 뫼르소는 포주인 레몽이라는 불량배 이웃의 부탁을 받습니다. 레몽 자신의 애인을 혼내주기 위한 편지를 대필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가 발단이 되어 레몽 애인의 아랍인 오빠 무리에게 뫼르소와 레몽은 쫓기게 됩니다. 레몽의 친구네 별장으로 놀러 간 뫼르소와 레몽은 그곳에서까지 자신을 쫓는 아랍인 무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히 해변에서 아랍인 무리 중 한 사람을 마주친 뫼르소는 아랍인이 품에서 꺼낸 칼에 비치는 태양에 눈이 부셔 자신도 모르게 총을 꺼내 아랍인을 쏩니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인 듯 했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줄거리 - 제2부

 

뫼르소의 살인은 재판에 부쳐집니다. 재판은 피고 뫼르소를 제외한 검사, 변호사, 판사의 주장과 판단으로만 이루어지며 정작 대상이 되는 뫼르소는 스스로 소외감을 느낍니다. 변호사는 뫼르소의 입과 말을 막으면서 형벌을 감형하기 위한 변론을 합니다. 검사는 뫼르소의 과거 행적과 행동을 근거로 얼마나 무심하고 냉혹한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뫼르소를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사람이라 주장합니다. 판사는 뫼르소에게 묻습니다. 왜 아랍인을 죽였냐고. 뫼르소는 대답합니다. 태양에 눈이 부셨고 그래서 방아쇠를 당기게 되었다고. 판사를 포함한 모든 배심원은 공감하지 못합니다. 검사는 계속해서 주장합니다. 그는 양로원에 어머니를 방치했고,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으며, 장례 후 애인과 데이트를 한 냉혈한이라고. 결국, 그는 사형이 언도됩니다. 뫼르소는 사람들의 증오의 함성을 소원하며 자신의 목숨이 결정되는 단두대로 걸어갑니다.

 

내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이제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서평

 

소설은 죽음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이 납니다. 타인의 죽음에서부터 자신의 죽음으로 이르는 구조입니다. 소설에는 총 3가지 죽음이 등장합니다. 뫼르소 어머니의 죽음, 뫼르소에 의해 죽은 아랍인의 죽음, 뫼르소 자신의 죽음. 흥미로운 점은 3가지 죽음에 대해 뫼르소는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이것이 소설 <이방인>이 말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죽음. 모든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생명을 맞이했듯이 모든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죽음입니다. 뫼르소는 자신의 어머니 죽음 앞에서도 요동하지 않습니다. 슬픔과 죄책감, 아픔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죽음과는 무관한 '타인'처럼 느껴집니다. '나의 잘못이 아니었다', '몹시 더웠다', '고단하고 허리가 아팠다', '내일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 등 어머니의 죽음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그리고 이 행동과 말들은 재판에 증언으로 채택되어 그를 무자비한 사람으로 지목하고 결국 사형을 집행하게 만드는 결정적 증언들이 됩니다. 

 

아랍인의 죽음에도 뫼르소는 낯선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아랍인을 총으로 쏴서 죽인 후 재판을 받는 과정에도 뫼르소는 그저 이 재판을 관찰하고 있는 관찰자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는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관찰하며 모든 재판 과정을 귀찮게만 여깁니다. 다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변호사의 변론과 아랍인을 왜 죽였는가 동기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태도와 인격에 대해서만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을 이상하게 여길 뿐입니다. 예심판사는 뫼르소에게 죄를 뉘우치고 회개할 것을 권유하지만 뫼르소는 자신의 죄를 신에게 뉘우치고 싶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판사가 최후 질문으로 아랍인을 죽인 동기에 대해 물어볼 때도 태양에 눈이 부셔서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할 뿐입니다. 재판에 참여한 모든 배심원들과 사람들은 뫼르소의 발언에 공감하지 못하고 뫼르소를 무자비하고 잔혹한 살인마로 결론짓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뫼르소는 뫼르소 자신의 죽음에 대해 타인과 전혀 다른 반응을 취합니다. 모든 사건과 인물에 무관심하고 초연하게 반응했던 뫼르소는 처음으로 이 세상을 정다운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구원을 위해 찾아온 신부에게 분노를 쏟아내며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은 자신이 제일 확신한다는 말로 화를 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맞서 싸우려 하지도 않으며, 도망도, 굴복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죽음이라는 존재를 샅샅이 살펴보며 알 수 없는 묘한 자유와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세상에 바라는 것 하나 없든 그 사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향한 증오의 함성을 쏟아낼 것을 소망합니다. 

 

이를테면 사건이 나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다루어진 셈이었다. 나를 참여시키지도 않고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나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나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과 자신을 완전히 단절시키며 살아갔던 뫼르소에게 죽음은 대체 어떤 의미로 다가왔던 것일까요? 허울과 거짓의 세상 속에 죽음만이 유일하게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고 진실하게 다가오는 존재로 여겼던 것일까요? 뫼르소에게 세상은 그의 입버릇처럼 불편하고 덥고 찐득한 세계입니다. 거짓이고 위선적이며 모순적인 세계입니다. 그러기에 그런 세상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과 태도를 취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의지나 의지가 없습니다. 세상은 세상 그리고 나는 나일뿐입니다. 

 

뫼르소는 편지를 써달라는 레몽의 부탁에 "거절할 이유가 없다'라며 편지를 써주고, 회사 사장의 제안에도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이다"라고 대답했으며 날 사랑하냐라는 애인의 물음에도 "그런 건 아무 중요성도 없는 것이지만 원한다면 결혼해도 좋다"라고 대답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형벌이 정해지는 그 순간에도 "뜨거운 태양 때문에 죽였다"라고 발언합니다. 뫼르소는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실제로 뫼르소를 둘러싼 이 상황은 사실 우연의 반복처럼 느껴집니다. 그 운연의 반복 속에서 뫼르소는 진실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했습니다. 부탁을 해서 들어줬고 물어봐서 대답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뫼르소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이 진실성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들에게는 약간의 허울, 약간의 위선, 약간의 모순, 약간의 거짓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이야기 조각이기 때문입니다. 재판에서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인 이유와 방법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도 논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커피를 마셨고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이, 애인과 코미디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즐기며 하룻밤을 지냈다는 사실만이 뫼르소를 이해하는데 더 중요한 사실이었습니다.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것은 너보다 더 강하다.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내게는 있어.

 

이 세계에서 사람은 해석되는 존재로 놓여있습니다. 놓인 사람을 반듯하게 정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추어보면서, 행위와 태도 그리고 환경을 엮어보면서서 이야기는 생산되고 유통됩니다. 이제 처음 놓여진 그 사람은 없어집니다. 이야기되고 가공된 존재만 놓입니다. 그러나 저자 카뮈는 사람 그 자체에 집중하기 원합니다. 해석되는 존재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비추는 거울 속에 놓인 사람. 어느 해석도 달려 있지 않는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거울 앞에 놓인 사람. 소설 <이방인> 속 유일하게 거울 앞에 서있는 사람, 뫼르소를 통해 사람에게 집중하게 합니다.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그처럼 세계가 나와 다름없고 형제 같음을 느끼며 나는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