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이여, 사랑이라는 것이 없다면 이 세상은 우리들의 마음에 있어서 도대체 무엇일까!
▣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주요 작품 중 하나는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입니다. 174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괴테는 작가이자 시인, 철학자이자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근, 현대 독일의 가장 위대한 문인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괴테는 격동기에 태어난 인물입니다. 그는 두 가지 혁명을 모두 겪은 인물이기도 한데, 바로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괴테는 시와 소설에서부터 희곡과 산문 나아가 철학과 과학, 신학 등까지 여러 분야에 걸쳐 재능을 드러냅니다.
그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1774년 출판된 소설로 실제 괴테의 짝사랑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 소설은 괴테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든 동시에 독일 문학 자체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괴테가 소설을 출판하자마자 사람들은 그의 소설에 열광했습니다. 정말 선풍적인 인기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소설 속 주인공인 베르테르에게 열광했는데 베르테르가 입고 다니는 옷인 노란 조끼, 프록코트, 장화는 사람들 사이에 대유행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베르테르의 패션뿐 아니라 소설 속 그의 죽음도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바로 '베르테르 효과'가 그것입니다. 모방 자살 효과라도 불리는 이 현상은 당시 베르테르의 죽음을 모방하여 그와 유사하게 자살하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등장하게 된 용어입니다. 결국 이 소설은 금서로 지정되어 작가인 괴테는 소설의 내용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소설은 괴테의 수정판입니다.
인간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동시에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원천이 된다는 사실. 이것이 이 세상의 운명일까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줄거리
소설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주인공 베르테르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자신의 마음과 상황을 적은 편지 형태로 진행되고 후반부는 편집자가 여러 지인들을 통해 듣게 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형태입니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감수성이 풍부한 청년입니다. 그는 우연한 기회로 무도회장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로테라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하지만 로테에게는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로테의 아름다움과 착한 성품을 알게 된 베르테르는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오게 되고 로테를 사랑하하는 마음을 누를 수 없던 베르테르는 마을을 떠나 공사관에 취직합니다.
공사관에서 베르테르는 힘겨워합니다. 공사관의 업무뿐 아니라 인간관계가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베르테르에게 전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사랑하는 로테와 알베르트의 결혼 소식까지 듣게 된 베르테르는 결국 일을 그만두고 다시 마을로 돌아옵니다. 따듯한 마음을 가진 로테와 바르고 우직한 성품을 가진 알베르트는 돌아온 베르테르를 따듯하게 맞이해 줍니다. 그러나 여전히 베르테르는 로테에 대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더욱더 직선적이고 맹목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합니다. 결국 로테와 알베르트는 점차 베르테르와 거리를 두려 합니다. 어느 날, 베르테르는 로테의 집에 찾아가 로테에게 키스를 하게 되고 이에 놀란 로테는 그대로 도망갑니다. 베르테르는 먼 여행을 떠난다는 거짓말로 알베르트의 권총을 빌리게 되고 그 권총으로 자살합니다.
정신 차리셔야 해요. 그녀의 사촌 누이가 받았다. 사랑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당시 시대상
한 남성의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과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소설에는 주인공 베르테르의 로테를 향한 감정이 그대로 표출되어 있어 베르테르가 얼마나 로테를 사랑했고 얼마나 절망했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소설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이 출간된 당시 시대상을 알면 좋습니다. 괴테의 문학 이전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습니다. 그리고 출간된 소설의 대부분은 신분제, 환경, 가문 등 외적인 요소에 의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였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봐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외적 요소 때문이 아닌 오직 당사자의 이유 때문입니다. 사람의 감정과 관계 때문에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됩니다. 즉, 아주 평범한 사람의 아주 평범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신분의 차이가 아닌, 계급의 차이가 아닌, 가문의 특성 때문이 아닌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인 것입니다.
또 하나의 독특한 시대상은 바로 '슈투름 운트 드랑'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18세기 독일에서 일어난 문학 운동입니다. 계몽주의 사조에 반하며 자유, 감정의 해방, 개성의 존중 등을 주장하며 일어난 이 운동은 독일 청년 문학인들에게 아주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루소는 '감정은 이성보다 우위'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에는 대조되는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입니다. 베르테르는 감정, 알베트르는 이성입니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마음껏 표출하고 감성과 감수성에 예민한 인물로 등장하고 알베르트는 이성과 형식, 절차를 중시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특히, 소설 중간에는 '자살'이라는 개념을 놓고 두 인물이 논쟁하며 가치관의 대립을 보여줍니다. 베르테르가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그만둔 관공서의 상황도 마찬가지를 보여줍니다. 기존 엄격한 절차와 통제를 중시하는 지배적 가치관과 그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베르테르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이지만 한 가지 독특했던 점은 어느 한 편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비록 주인공 베르테르가 슈투름 운트 드랑 운동을 주도했던 문학인을 대변하는 인물로 상징되지만 그와 반대편에 있는 알베르트가 부적합하고 나쁜 인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약혼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베르테르지만 그에게 존중과 예의를 표하고 언제나 따듯하게 맞이해 주는 높은 인품의 사람으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정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자랑으로써 이것만이 모든 것의 근원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따듯한 마음을 가지고 언제나 상냥하게 대해주는 로테, 우직한 심성으로 배려와 예의를 갖추는 알베르트. 아마 그 사이에서 베르테르는 아무도 미워할 수가 없어 자기 자신을 미워했을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잘못한 적이 없는데 한 사람은 결국 자신의 잘못으로 끝을 내고 맙니다. 사랑으로 파멸을 맞이한 베르테르. 그의 외로운 짝사랑이 담긴 편지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을 공감시킵니다.
사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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