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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도서 리뷰] 어니스트 허밍웨이, <노인과 바다> - 살라오, 운이 다한 사람

by 제이네스(Jness)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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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허밍웨이 - 노인과 바다
그에게 이제 노인이 누가 뭐래도 틀림없이 '살라오'가 되었다고 말했다. 
'살라오'란 스페인 말로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소설 <노인과 바다>는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허밍웨이가 남긴 마지막 작품입니다. 1961년 그가 엽총으로 자살하기 이전 마지막으로 출간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1954년 허밍웨이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짧은 단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출간 직후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으며 수많은 상을 수상할 만큼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아마도 운이 다한 노인, 산티아고에게 모두 공감했고 그의 손에 박혀버린 수많은 상처들을 응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든 날 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다.

 

<노인과 바다> 줄거리

산티아고 노인은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살라오'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를 낚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바다를 '엘 마르'라고 부릅니다. 남성형과 여성형을 구분하여 이름 붙이는 스페인어에서 '엘 마르'는 남성형 명사의 바다입니다. 그들은 바다를 경쟁자, 일터, 적대자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늘 바다를 '라 마르'라고 부릅니다. 산티아고에게 바다는 큰 은혜를 베풀어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설령 바다가 거센 폭풍으로 재앙처럼 집어삼켜도 그것은 바다 고유의 일이고 바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다한 사람. 그에게 유일하게 '행운을 빌어요'라고 말하는 소년 마눌린의 인사와 함께 오늘도 산티아고는 바다로 향합니다. 산티아고는 스스로 운이 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84일 동안 운은 자신을 피해 갔고 오늘은 새로운 하루니 다시 운은 나에게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티아고에게 오늘은 운이 피해 간 84일과 똑같은 85일째 하루가 아닌 운이 자신을 찾아올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하루인 것입니다. 
 
준비한 자에게 운은 찾아온다고 하는 것처럼 바다는 홀로 조각배를 타고 나온 늙은 노인에게 운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바다는 보여준 운을 쉽게 내어주지는 않습니다. 운을 움켜쥐는 건 온전히 노인의 몫입니다. 밧줄을 다루다가 생긴 두 손의 상처와 바다가 반사하는 햇볕 때문에 생겨버린 피부의 갈색 반점들과 여윈 노인의 몸은 운을 준비한 그간의 노력과 경험을 말해줍니다. 노인은 고기와 사투를 버립니다. 고기는 쉽게 미끼를 물지 않고 오히려 노인의 배를 끌어 육지에서 더 만 바다고 이끌고 갑니다. 
 
인고의 기다림은 계속되고 노인은 점점 지쳐갑니다. 햇볕은 거세지고 야윈 손은 오그라듭니다. 노인은 생각합니다. 집에 앉아 편안히 좋아하는 야구 중계를 들을 수 있다면, 누군가 내 옆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다면. 그러나 이내 노인은 생각합니다. 현실에 집중하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하기로 말입니다. 
 
고기를 잡으려는 노인과 벗어나고자 하는 물고기의 사투는 서로의 목숨을 겨눈 채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악을 씁니다. 마침내 노인의 작살이 고기의 살 속을 뚫고 지나갑니다. 그러나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입니다. 노인은 이제 잡은 물고기를 싣고 뭍으로 안전하게 가야 하며 피냄새를 맡고 온 상어를 쫓아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피냄새를 맡고 달려온 상어 사이에서 노인은 다시 죽을힘을 다해 싸움을 시작합니다. 상어는 노인의 고기를 뜯어먹습니다. 노인은 한 마리의 상어를 쫓아내지만 이윽고 또 한 마리의 상어가 등장합니다. 
 
노인은 고기와의 싸움 뒤 다시 상어와의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노인의 머릿속에는 생각들이 소용돌이칩니다. 후회와 연민, 결의와 다짐이 뒤범벅되어 노인의 행동을 방해합니다. 그러나 노인은 소리칩니다.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놈들과 싸우는 거지. 죽을 때까지 싸울 거야"
 
노인이 바다에 나가 며칠째 돌아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노인이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인이 육지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노인의 조각배에 달린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기 흔적을 발견합니다. 노인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고 사자 꿈을 꿉니다.
 

"행운이 파는 곳이 있다면 조금 사고 싶군" 그가 말했다. 하지만 뭣으로 사지? 그는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잃어버린 작살과 부러진 칼과 부상당한 이 손으로 그걸 살 수 있을까?
노인과 바다
미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라 불리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 퓰리처상 수상작이자 헤밍웨이의 마지막 소설로, 작가 고유의 소설 수법과 실존 철학이 집약된 헤밍웨이 문학의 결정판이다. 한 노인의 실존적 투쟁과 불굴의 의지를 절제된 문장으로 강렬하게 그려냈다. 십여 년 동안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던 헤밍웨이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적 생명력을 재확인하고 삶을 긍정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넘어 인간과 자연을 긍정하고 진정한 연대의 가치를 역설한다. 감정을 절제한 문체와 사실주의 기법, 다양한 상징과 전지적 화법을 활용하여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2.01.02

 

소설 <노인과 바다> vs 영화 <소울>

우리는 모두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산티아고입니다. 고기를 잡는다는 목표로 나간 산티아고처럼 우리는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바다로 나아갑니다. 산티아고의 말처럼 바다는 너무 크고 넓어서 아무도 날 발견하지 못하겠지만, 뜻하지 않은 상어를 만나고 끝나지 않을 싸움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결국 바다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물고기는 육지에 있지 않고 바다 깊은 곳에서만 살고 있으니까요.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재즈음악가를 꿈꾸는 중학교 음악교사입니다. 조에게 음악은 그의 전부입니다. 재즈음악가라는 꿈은 가지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의 엄마와 주변 사람들은 조에게 꿈이 아닌 현실에 머무르라고 조언합니다. 현실은 너무나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산티아고에게 집은 안전하고 편안한 곳입니다. 좋아하는 야구경기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는 순간이야말로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는 그러한 사람들을 향해 말합니다. 
"내가 만약 오늘 죽는다면 내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끝날까 봐 두려워요"
산티아고 역시 말합니다. 
"바보 같은 생각은 이제 그만하시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키나 잡아. 이제부터라도 행운이 찾아올지 어떻게 알아."
 
다른 사람에게 내 직업과 결과를 인정받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꿈에 닿기 위한 과정을 인정해 주는 사람은 드뭅니다. 산티아고의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 운이 다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조가 재즈음악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산티아고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준비한 시간들은 모두 운이 다해버린, 아무 쓸모가 없는, 무의미한 시간으로 치부됩니다. 그러나 운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옵니다. 밧줄을 다루다가 깊게 파인 산티아고 손의 상처들은 운이 다해버린 시간이 아닌 운을 움켜쥐기 위한 준비의 시간입니다. 
 
바다는 누군가에게 경쟁자, 일터, 적대자이고 누군가에게는 은혜를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는 존재로 보입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표면 안에 어떤 것이 도사리고 있는지 모르는 크고 넓은 존재. 그 존재를 향해 나아가기 주저하는 사람에게 산티아고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라고 외칩니다. 나가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나아갔던 하루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뀔 거라고 말합니다.
 

길 위쪽의 판잣집에서 노인은 다시금 잠이 들어 있었다. 얼굴을 파묻고 엎드려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고,
소년이 곁에 앉아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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