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라이시 씨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하이타니 쇼조를 칼로 찔러 살해한 것도 나였어요.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우리에게도 너무 친숙하고 잘 알려져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소설 <백조와 박쥐>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35주년을 기념하여 2021년도에 출간된 소설입니다. 추리소설이나 심리스릴러 소설, 반전소설을 즐겨 보는 분이시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 소설 <백조와 박쥐> 줄거리
도쿄 미나토구 해안 길가에 한 차량이 발견됩니다. 방치된채 발견된 차량 뒷좌석에는 복부에 칼이 박힌채 죽어있는 한 변사체가 발견됩니다. 시체가 되어버린 고인의 이름은 시라이시 겐스케. 55세 변호사입니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고 시라이시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합니다. 주변 인물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능력이 뛰어나고 성품이 올바르며 항상 모든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 선한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시라이시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고 원한에 의해 살인을 당했을리 없다고 증언합니다. 그는 누군가의 원한을 살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경찰의 수사는 계속되고 한 인물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됩니다. 용의자의 이름은 구라키로 66세 남자입니다.
경찰은 용의자를 조사하기 시작하고 이내, 용의자의 입에서 뜻밖의 자백이 나옵니다. 구라키 자신이 시라이시를 살해한 것이 맞다는 자백이었습니다. 경찰은 동기를 묻습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사건 하나가 그의 입에서 진술됩니다. 오래전 사건 하나는 바로 33년전 '히가시오카자키역 앞 금융업자 살해 사건'입니다. 자신은 33년 전 사건의 진범이고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한 사건을 시라이시가 알았으며 자신을 협박했기 때문에 압박을 못이겨 그를 죽였다는 진술입니다.
전부 내가 했습니다. 그 모든 사건의 범인은 나예요.
33년전으로 돌아가봅니다. 히가시오카자키역 앞 금융사무실에는 하이타니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기꾼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의 수사 끝에 하이타니의 사기 피해자 중 한명인 후쿠마 준지가 용의선상에 오릅니다. 그리고 후쿠마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유치장에 목을 매 자살합니다. 결국 사건은 용의자의 죽음으로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후쿠마가 아닌 바로 구라키였던 것입니다. 구라키는 하이타니와 접촉사고가 났고 이를 빌미로 하이타니에게 구라키는 사기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따지러 갔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고 경찰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용의자로 잡았으며 그가 자살하고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는 것입니다.
구라키는 평생의 죄책감으로 살다가 후쿠마의 유가족인 아사바 모녀를 알게 됩니다. 식당을 하고 있는 모녀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손님으로 가장하며 주변을 맴돕니다. 그리고 구라키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모녀에게 증여할 결심을 합니다. 이 증여 문제로 시라이시 변호사를 찾아갑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시라이시 변호사의 반응은 아주 뜻밖이었습니다. 33년 전이라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정말 잘못을 뉘우치기 원한다면 증여가 아니라 사죄를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녀에게 정체를 숨기지 말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 후 직접적인 사죄를 하라고 강요합니다. 구라키가 거부하자 시라이시는 구라키가 밝히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밝히겠다고 합니다. 결국 시라이시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구라키는 시라이시를 살해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진술은 거짓입니다. 뭔가 중대한 것을 감추고 있어요
구라키의 진술을 믿지 않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구라키의 아들 가즈마, 시라이시의 딸 미레이입니다. 두 자녀의 의심은 하나였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을리 없다" 구라키의 아들 가즈마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가를 살해했을리 없다라는 의심이었고 시라이시의 딸 미레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가를 이렇게 극단적으로 압박했을리 없다라는 의심이었습니다. 가해자의 자녀와 피해자의 자녀는 어느새 같이 연합하여 사건을 재조사하게 됩니다.
각자가 품는 의심의 내용은 달랐지만 목적은 하나였습니다.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고 그 진실을 파해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는 아주 엉뚱한 곳으로 흘러갑니다.
빛과 그림자, 낮과 밤, 마치 백조와 박쥐가 함께 하늘을 나는 듯한 얘기잖아요
두 인물이 사건을 재조명할 때마다 믿을 수 없는 진술과 증거들이 나옵니다. 진술은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고, 증거는 전혀 다른 곳으로 인도합니다. 결국 하나의 진실로 도달하면서 모든 이야기는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구라키는 무엇을 숨기고 있었고 두 자녀들은 어떤 진실을 마주했을까요? 시라이시는 정말 살해를 당한 걸까요? 당했다면 누가 그를 죽인걸까요? 왜 죽인걸까요?
▣ 소설 <백조와 박쥐> : 죄와 벌
소설 <백조와 박쥐>를 읽다보면 죄와 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의도적으로 그런 주제와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죄는 어떻게 구성되고 벌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 죄와 벌의 문제는 간단하게 답을 낼 수 있는 문제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반전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복선이 해결되는 부분이 아주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히가시노의 추리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내 진실에 가닿았다. 이제 더이상 길을 헤맬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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