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보다 더 심오하고 힘 있는 작품을 본 적이 없다.
- 도스토옙스키
▣ 소설 <돈키호테>는 어떤 소설인가?
소설 <돈키호테>는 1605년에 출판된 소설로 소설의 작가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입니다. 원작의 제목은 지금과 다릅니다. 원작의 제목은 <라만차의 비범한 시골 귀족 돈키호테>입니다. 작가 세르반테스가 감옥에 있을 때 그는 이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그리고 감옥에서 탄생한 소설 <돈키호테>는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소설이 됩니다.
라만차의 어느 마을에 한 신사가 살고 있었다.
▣ 소설 <돈키호테> 줄거리
스페인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 그곳에는 한 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귀족의 이름은 돈키호테입니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홀로 살고 있는 50대 귀족입니다. 그의 취미는 방에 하루종일 틀어박혀 수준 낮은 기사도 소설을 읽는 것입니다. 매일 수준 낮은 기사도 소설만 읽다 보니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기사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이 소설에 나오는 기사라고 착각하는 망상에 빠지게 됩니다. 돈키호테는 창고에 굴러다니는 낡아 빠진 갑옷을 꺼내 들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말 한 마리에게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모든 기사에게는 그를 모시는 시종이 있기 때문에 돈키호테도 이웃집 소작인인 산초 판사를 시종으로 삼고 둘은 여행을 떠납니다.
돈키호테는 스스로를 명성 높은 기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가 보는 세상 또한 기사의 세상입니다. 위험해 빠진 공주를 구해야 하며, 자신을 영웅으로 인정해 주는 왕이 있어야 하며, 착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당이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진짜 세상은 그렇지 않죠. 이 둘의 세상은 너무나도 다르지만 돈키호테는 모든 상황과 환경을 자기 관점대로 바라보며 재해석합니다. 이 돈키호테와 엮기게 되는 다른 사람들은 돈키호테를 정신이상자로 봅니다.
내 친구 산초여, 세상을 바꾸는 것은 유토피아도 광기도 아닌 정의일세.
▣ 소설 <돈키호테> vs 영화 <빅피쉬>
돈키호테를 읽고 있으면 팀 버튼 감독의 <빅피쉬>가 생각납니다. 영화 <빅피쉬>는 아버지의 허풍스러운 이야기만 듣고 자라온 아들이 아버지의 허풍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아버지가 이야기했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며 확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겪었던 놀랍고 경이로운 경험을 항상 자신의 아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습니다. 아버지 말에 따르면,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마녀의 눈을 통해 직접 자신의 죽음을 보았고, 마을에 나타난 거인과 함께 여행을 떠났으며, 시간이 멈춰버린 어떤 신비한 마을에서 머물기도 하였고, 기괴하고 신기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서커스단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한 여인과 사랑에 빠져 그녀의 약혼자였던 사람을 물리치고 그녀와 결혼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아버지의 말을 아들은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허풍쟁이인 아버지의 말을 지겨워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이 가까워진 그날, 아버지가 왜 그렇게 허풍을 늘어놓았는지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허풍을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며 아버지의 죽음을 아버지의 허풍에 맞춰 준비해 줍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평범하고 뻔한 사실보다 신비하고 특별한 거짓을 선택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무채색인 진실이라며 허풍은 유채색의 거짓이었기 때문입니다.
때론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사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 소설 <돈키호테>를 읽고
돈키호테 역시 현실과 허풍이 뒤섞인 세계에 살아가고 있는 인물입니다. 아무도 믿지 않고 그를 미치광이로 손가락질하지만 돈키호테만이 그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이야기 속의 존재입니다. 관계 속에서만 사건은 발생하고 사건 속에서만 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존재하는 나는 나를 재구성하고 상황을 재구성하여 받아들입니다. 환경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계에 해석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나입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이 세상은 객관적 진실의 세상이 아니라 돈키호테의 세상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을 테니까요. 세상은 석상처럼 여기 가만히 있겠지만 내가 보는 세상은 '나'라는 존재만큼이나(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돈키호테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그의 세상은 어떠한가요? 미치광이라 놀림받기에는 너무 아름답고 환상적이지 않나요? 아무 의미 없이 방 안에 갇혀 시간만 보내던 그 귀족은 어느새 밖으로 나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도 돈키호테처럼 용기가 있을까요? 세상을 볼 때 어느 누가 이 정도로 용기 있게 세상을 보고 있을까요?
불가능한 꿈을 꾸고 불가능한 적과 싸우는 것, 용기가 없는 곳으로 달려가고 닿을 수 없는 별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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