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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도서 리뷰]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시간에 대한 물리학자의 충격적인 답변

by 제이네스(Jness) 2023.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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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우리가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일까? 시간이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일까?
시간이 '흐른다'라는 것은 정말 어떤 의미일까?

 

▣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저자, 그리고 양자역학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읽고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저자의 다른 책은 어떨까 찾아보다 읽게된 책입니다. 두 책의 저자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입니다. 그는 양자루프중력이론의 거장이기도 하며 현대 물리학자 중 뛰어난 업적을 세우고 있는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책 제목 그대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특성과 시간의 본질에 대해서 설명한 후 그 특성과 본질을 하나 하나 반박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분야가 양자역학인 것처럼 시간 또한 양자역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설명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양자역학'의 개념을 잡고 읽으면 좋습니다. 물론 저자가 충분히 설명해주고 쉬운 비유와 편한 문체로 우리에게 설명해주지만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리 양자역학에 대해 알고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이 책은 거시적 관점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미시적 관점에서의 시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물리학을 믿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구분은 집요하게 계속되는 착시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에 관한 우주의 거대한 이야기가 온전히 담겨 있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양자중력 이론의 선구자이자 세계적인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세 번째 책으로, ‘시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실제로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이곳에서 경험하는 시간과 우주의 시간은 다른 것일까?’, ‘왜 과거는 떠올릴 수 있고 미래는 떠올릴 수 없을까?’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충실한 답변을 담고 있다. 1부에서는 지금까지 현대 물리학이 시간에 대해 알아낸 것을 요약했다. 어디서든 동일하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순서로 벌어진다고 생각하는 사건들, 과거는 이미 정해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상식들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낱낱이 드러낸다. 2부에서는 시간이 없는 세상으로 떠난다.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이루어진 세상, 인간의 문법에만 존재하는 과거-현재-미래, 시간이라는 변수가 없는 세상…. 이제 공간과 시간은 세상을 담는 틀이나 용기의 형태를 취하지 않게 된다. 3부에서는 1부와 2부에서 파괴한 시간을 되돌려 그 원천을 다시 찾고 이 긴 여행의 도착점을 우리 자신, 나라는 존재로 하여 돌아온다. 뉴턴에 의해 근대 물리학이 등장한 이래로 물리학의 발전이 우리의 시간관념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까지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일종의 시간 역사서이기도 한데, 여기서 더 나아가 저자는 새로운 양자중력 이론의 도입을 통해 지금까지의 시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새롭게 확장시킨다.
저자
카를로 로벨리
출판
쌤앤파커스
출판일
2019.06.10

▣ 양자역학에 대한 기본 개념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본 시간에 대해 이해해보기 전에 먼저 이 책의 기본 관점이 되는 양자역학의 개념을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현 시대는 양자역학의 시대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전자제품은 이 양자역학의 논리에 의해 작동되는 것입니다. 

 

원자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입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자는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공전하는 것처럼 원자핵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원자와 전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모든 물질을 이해하는 것이고 곧 만물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모든 물질 즉,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전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주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자의 이 독특한 성질 때문에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예상치 못한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 특징은 바로 '위치를 알 수 없다'입니다. 전자는 크기가 너무 작아 빛이 전자를 쏠 때 에너지에 의해 위치가 변합니다. 관찰자는 빛에 의해 관찰을 하기 때문에 관찰과 동시에 전자의 위치가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중슬릿 실험에 의해 나타나게 되었고 이 실험의 결과로 인해 고전물리학자와 양자역학 물리학자가 치열하게 대치합니다. 양자역학을 반대했던 고전물리학자 중 한 명은 바로 아인슈타인입니다. 전자의 위치는 오직 확률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구조도 보이는 것과 다르다. 온 세상의 시간이 똑같이 흐르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  1부 : 시간 파헤치기

1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특성과 개념이 산산조각나는 챕터입니다. 시간의 특성인 유일함, 방향성, 현재라는 개념, 독립성은 이제 업습니다. 이 소멸의 가장 큰 기여자는 아인슈타인입니다. 그의 위대한 이론인 상대성이론 덕분입니다. 시간은 중력이 클수록 빠르게 갑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 공통의 현재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공간은 장의 일종으로 중력장이며 그렇기 때문에 휠수도 있고 구부릴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기본 방정식에서 과거와 미래를 구분 짓는 것은 오직 '열' 뿐입니다. 열은 역행 없이 한 방양으로만 이동하며 엔트로피는 언제나 같거나 큽니다. 즉, 과거는 '엔트로피가 낮은 것'입니다. 여기서 볼츠만은 아주 독특한 관점 하나를 내놓습니다.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희미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미시적 관점에서 시간은 흐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우리 관찰자가 미시적 세계를 아주 희미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시공간은 전자와 같은 물리적 물체다.

▣  2부 : 시간이 없는 세상

세상은 사물의 집합이 아닌 사건의 총체입니다. 사물은 장기적으로 볼 때 사건의 순간포착일 뿐입니다. 양자역학이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듯 우리의 세상도 이 관계 속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물리학은 사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기 보다는 관계와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사물의 존재가 아닌 사물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속도를 설명할 때 절대적인 값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시간 또한 그러합니다. 이 세상의 기본 역학은 사실 이렇게 설명되는 것입니다. 

 

오직 사건들과 관계들만이 존재한다. 기초 물리학의 시간은 세상에 없다.

▣ 3부: 시간의 원천

우리가 알고 있던 시간의 모습은 사라지고 세상 자체가 다르게 보일 때,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마주해야할까요? 3부는 이 질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대답입니다. 별이 움직이고 달이 지고 해가 뜨는 건 사실 우리 때문입니다. 우리가 태양을 돌고 있기 때문에, 이 우주를 돌고 있기 때문에 하늘이 움직이고 하늘이 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흐름도 이와 같습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우리 때문입니다. 우리의 직관, 분법, 경험, 인과율, 유한성 등에 의해 우리에게 시간은 흐르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은 '우리'만 느낍니다. 시간의 흐름은 우주적 특징도 아니고 우주적 진리도 아닙니다. 

 

시간은 무지에 대한 우리의 표현이자 특별하고도 이상한 관점이자 정체성이자 기억이자 고통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가 아니라 엔트로피다. 우주적 존재가 된다는 것은 점진적으로 무질서해지는 과정이다.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읽고

물리학자가 본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와 너무 달랐습니다. 직관을 벗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직관을 벗어난다는 것은 세계관을 벗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그만큼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저자는 '시간'에 대해 설명한 것이지만 사실 이건 '세상'에 대한 이론인 것 같습니다. 모든 물질은 이제 양자화될 수 있습니다. 이 세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관계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세계를 우리는 관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관찰밖에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관찰자 입장에서 본 세계는 매일이 다르게 보입니다. 매시간 매분 매초마다 다른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세계에 대한 인간의 해석은 미비하고 결점으로 가득찹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계속해서 세상을 관찰하고 해석하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관찰자인 인간에게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를, 가치관을, 세계관을 어떻게 바꾸어줄지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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