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가 알고 있는 한계의 끝부분 우리가 모르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세상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반짝이는 빛을 뿜어 우리를 숨죽이게 합니다
▣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어떤 책인가?
"23년 4개월 8일이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을 포함한 일행이 밀러 행성이라는 곳에 잠시 다녀온 후 우주선(인듀어런스호)에 남아 홀로 늙어버린 채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던 론박사가 그들을 맞이합니다. 백발의 노인이 되버린 론박사가 늙지 않고 우주선을 떠났을 모습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온 일행에게 건내는 말입니다. 나머지 일행이 다른 행성에 다녀오는 동안 론박사는 홀로 23년 4개월 8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동일하게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아인슈타인에 의해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에게 시간은 동일하고, 절대적이며 연속적으로 '흐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가 태양을 향해 "뜨고 있다", "지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모든 순간의 물리학> 저자 카를로 로벨리
책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제목 그대로 물리학 책입니다. 저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이탈리아 출신의 저명한 물리학자입니다. 그는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하여 '루프양자중력'이라는 새로운 이론의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현대 물리학의 거대하고도 복잡한 흐름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해서 설명해줍니다.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고 각 챕터마다 20세기 물리학의 기둥이 된 핵심 이론을 설명하고 최근에 도입되고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과학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에서는 30만부, 유럽 전체에서는 100만부 이상 판매되기도 한 기록적인 책입니다.
쉬운 설명과 쉬운 비유로 설명된 이 책은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비전공자가 읽기 아주 좋은 책입니다. 페이지 수도 적습니다. 챕터도 총 7개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챕터당 주요 이론은 1개정도라서 7개의 주요 이론만 배우고 간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저자는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쉬운 비유와 일상적인 표현으로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물질을 이루는 전자를 설명할 때 "하느님이 두꺼운 선으로 사물의 실체를 그려서 만들었다면 아마 전자는 아주 가느다란 실선으로 그린 모양일 것입니다."라고 표현합니다.
▣ <모든 순간의 물리학> 7챕터 요약
1강: 상대성이론
이제 공간도 물질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된 것입니다. 이제 공간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가 된 것이지요. 공간은 파도처럼 물결을 이루며 휘기도 하고 굴절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실체입니다.
-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이론으로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흐르지 않는 것임을 주장한 이론이다.
- 당시 최고의 이론으로 군림한 것은 바로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이었는데 아인슈타인은 본인 이론인 상대성이론과 만유인력이 충돌한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양립할 방법을 모색하였다. 그리고 '일반상대성이론'이 탄생한다.
- 세상을 바꿀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는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다'라는 공간(space)와 장(field)이 동일하다는 아이디어다.
- 일반상대성이론: 중력과 시간에 대한 이론으로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빠르게 간다.
- 특수상대성이론: 속도와 시간에 대한 이론으로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
- 공간은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항상 확장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을 통해 우주의 팽창이 우주의 폭발(빅뱅)에 의한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1930년. 우주의 팽창이 실제로 관측된다.
-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폭발하고, 공간을 출구도 없는 구멍 속에 빨려들어가고, 시간은 한 행성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느려지며, 모든 공간은 물결 모양을 이루며 흔들리는 것"이 우리의 진짜 세상이다.
- 상대성이론은 우주학과 천체물리학, 중력파와 블랙홀 연구 등 수많은 학문을 발전시킨다.
2강: 양자역학
현실은 상호작용으로써만 설명될 수 있다는 개념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의미일까요.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전자는 '무엇'과 상호작용할 때만 존재한다. 상호작용을 할 때 양자도약이 일어나며 이것은 우발적인 현상이므로 예측이 불가능하며 오직 가능성으로만 계산할 수 있다.
- 양자역학의 포문을 연 인물은 아인슈타인이지만 양자역학을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길로 이끈 인물은 닐스 보어이다. 두 과학자는 양자역학에 대한 의견이 달랐고 둘은 생전 계속해서 학문적으로 대립한다.
- 막스 플랑크의 열상자: 뜨거운 열상자 속에 균형 상태에 있는 전기장을 계산했는데 여기서 전기장의 에너지가 '양자(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 단위)'와 같은 덩어리 형태로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해봤고 그 결과의 정확도는 굉장히 높았다. 당시 과학자들은 에너지는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아인슈타인은 에너지 덩어리가 실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빛이 무리를 이루며 즉, 빛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했고 우리는 이것을 광자라고 부른다.
- 현실을 이루고 있는 것은 상호작용으로써만 설명할 수 있다.
- 양자역학은 원자물리학, 핵물리학, 기초입자물리학, 응집물질물리학 등 수많은 학문의 바탕이 되었다.
3강: 우주의 구조
이제 세상은 균등하고 무한하게 펼쳐진 곳이 되었습니다. 공간은 평면이 아니라 곡선입니다.
-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의해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를 포함한 행성이 돌고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우리 태양계는 우주의 전부가 아닌 무수한 은하계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 우주 공간은 바다의 파도와 비슷한 파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 우주는 작은 공 모양으로 만들어졌고 폭발을 거쳐 현재의 크기가 되었다.
4강: 입자
이것이 양자역학과 입자이론에서 설명하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세상이 불안정하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물질들이 떼를 지어 있는 곳, 하나가 나타나면 다른 것은 사라지는 일이 꾸준히 반복되는 곳임을 배웠습니다.
- 빛은 빛의 입자인 광자로 이루어져 있다.
- 빛이 광자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실을 예측한 인물은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 원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로 주위에 전자를 가지고 있는 핵이다. 모든 핵은 글루온에 의해 양성자와 중성자로 단단히 묶여있고 중성자는 매우 작은 입자인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즉, 움직이는 모든 것의 구성요소는 전자와 쿼크, 광자, 글루온이다.
- 입자들은 공간을 채우고 있고 흐름이 있는 작은 파동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한 장소, 한 궤도에 머무르면서 일정한 위치를 갖는 것이 아니라 사라졌다가 예측할 수 없는 어딘가에서 다시 나타난다.
5강: 공간입자
공간 양자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어느 부분에도 없습니다. 양자들은 그 자체가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 속에 있지 않습니다. 공간은 각각의 양자들을 통합하여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다시 한 번 세상이 단순한 물체가 아닌 어떠한 관계처럼 보이게 됩니다.
-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서로 모순되는 형태를 가진다.
- 양자중력 학문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모순을 해결하고 세상에 대한 일관된 관점을 찾는 학문이다. 공간과 시간은 없고 공간 양자와 물질이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이론으로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고 무한하게 나누어지지도 않지만 '공간 원자'로 구성되어있다"를 핵심으로 하는 이론이다.
- 양자중력이론에 의한 아이디어(우주의 시작): 이 세상은 현재 이전의 우주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의 우주가 그 자체의 무게 때문에 계속 압축되다가 '재도약'을 한 후 다시 확장하기 시작해 현재 우리 주위에서 관찰되는 계속 확장하는 우주가 된 것이다.
6강: 가능성과 시간, 그리고 블랙홀의 열기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세상의 모호함 덕분이기 때문이지요
- '열'이란 무엇인가? 맥스웰과 볼츠만은 뜨거운 물질이 열이 나는 유동체를 포함한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낸다.(19세기 당시 물리학자들은 열의 '열기'가 유동체의 일종이거나 온기와 냉기, 두 가지의 유동체라는 전제를 함)
- 볼츠만: 통계적으로 뜨거운 물질의 원자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가 차가운 원자에게 부딪히면서 에너지를 전달 할 가능성이 많고 반대로 차가운 원자가 뜨거운 원자에게 에너지를 남겨줄 가능성은 적다. 열을 확률과 가능성으로 설명했다.
- 마찰은 열을 생산하고 왕복운동을 하는 진자의 움직임을 더디게 한다. 열이 발생하는 순간 미래는 과거와 구분되는 것이다. (미래: 진자의 속도가 느려지는 때)
- 통계물리학: 다양한 원인에 의한 가능성을 연구하는 학문. 볼츠만때부터 통계물리학에서 성공을 거둔 것 중 하나는 열역학에서의 열과 온도의 특성에 대한 확률적 설명이다.
- 예측 가능성은 사물이 다른 사물과 상호작용할 때 사물이 가진 특성의 각 부분이 얼마나 어떻게 진화하는지와 관계가 있다.
-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해 '현재'라는 개념은 주관적인 것으로 증명된다. 물리학자와 철학자는 현재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환상이며 시간의 '흐름'은 효력 없는 일반화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 시간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열의 흐름이 있을 때에만 과거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며 열이 물리적 확률과 관련된 상황에서만 찾을 수 있다.
▣ 물리학 vs 철학
물리학과 철학은 닮아있습니다. 인간과 세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철학은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학문처럼 보입니다. 반면 관찰과 연구를 통해 일반 원리를 밝혀내는 물리학은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학문처럼 보이죠. 이 두 학문은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두 관계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서로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물리학과 철학은 분명 닮아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을 연구하면서 삶의 덧없음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우주의 광활함과 물질의 치밀함이 너무 완벽해서 인간의 삶은 보잘것 없게 느껴지는 걸까요? 저는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읽은 후 어쩌면 물리학자들은 관찰하여 깨달은 인간 삶의 아름다움과 실제 경험한 불완전한 삶의 괴리감 속에 괴로워하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찬란함과 신비까지 관찰하게 된 것이지요.
다른 과학 분야들은 탄생과 진화, 발전과 무한을 꿈꾸며 그것을 발견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물리학은 죽음과 정지, 소멸과 끝을 향해 달려가고 발견해나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공간은 사실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모습이며 모든 것을 빨아드리는 블랙홀은 끝내 자기 자신을 빨아드리기 위한 질주로 보였고 여기에도 있고 동시에 여기에도 없는 양자역학을 읽을 때면 허무함까지도 떠올랐습니다.
▣ 물리학자가 꿈꾸는 마지막 시간
물리학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모든 이론을 하나의 접점으로 융합시키려는 시도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로 귀결된다는 것은 모든 것의 끝에 도달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내가 아는 세상과 실제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은 세계관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입니다. 발을 딛고 있는 그 평평한 땅은 사실 둥근 모양을 가졌고,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지는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기 때문임을 처음 알게된 사람들은 아마 그들의 세계관이 모두 무너져버렸을 것입니다. 이처럼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것 역시 세계관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입니다. 물리학은 이러한 충격의 연속으로 세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세상을 객관화할수록 나 자신도 객관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우린 답을 찾을거야, 늘 그랬듯이
앞서 소개한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또 다른 대사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언젠가 완전히 이해할 것입니다. 모든 것은 모든 것의 거울이라면 이 세계는 우리를 비추고 있을 것입니다. 우주가 소멸을 향해 나아가다 '재도약'을 통해 지금의 우주로 팽창되었듯이 문명도 파괴를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이나 우리는 '답'을 찾아 다시 '재도약'할 것입니다. 인간은 너무나 유한하고 세계는 너무나 무한해서 그 간극을 좁힐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유한하기에 무한을 꿈꿀 수 있는 것이니까요.
삶에 대한 우리의 식욕은 왕성하고, 삶에 대한 우리의 갈증도 만족할 줄 모른다.
'도서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 리뷰]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 - 영화 <오토라는 남자> 원작 도서 (24) | 2023.03.18 |
---|---|
[도서 리뷰]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휴머니즘 의학 서적, 요약, 상세리뷰 (24) | 2023.03.17 |
[도서 리뷰] 오밤 이정현, <달을 닮은 너에게> - 따듯한 시집, 우리의 모든 밤을 사랑해 (18) | 2023.03.15 |
[도서 리뷰]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 이타성에 의해 자멸한 사나이 (16) | 2023.03.14 |
[도서 리뷰]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 헤세의 성장소설 그 첫 번째 이야기 (3) | 2023.03.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