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환자다. 인정하고 서로가 아프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간략한 책 소개
조인성님과 공효진님이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우리는 모두 환자다. 인정하고 서로가 아프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여러가지 정신적 질병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환경에 의해, 충격에 의해, 상황에 의해, 성장 배경에 의해 모두 정신적으로 병을 얻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비기질적' 이유로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기질적' 이유로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책의 저자는 올리버 색스로 뇌신경 학자이자 정신의학자입니다. 그는 자신이 치료한, 면담한, 경험한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즉, 환자들의 질병 사례집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질병 사례집이 아니라 학자로써, 이사로써 올리버 색스가 질병과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담은 고뇌서이기도 합니다.
책에는 총 24가지의 질병과 환자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질병에 대해 의학적으로 설명해주고 그 질병과 환자를 통해 주치의였던 저자 본인의 고민과 생각들을 말해줍니다. 그러기에 이 책은 질병 사례집이자 고뇌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에는 이 두 가지 관점을 모두 생각하며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질병 예시들을 보며 단순히 놀라고 신기해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무엇을 고민했는지 그래서 인간과 인간의 생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우리도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은 24편의 이야기를 총 4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1부는 '상실'을 주제로 신경 기능의 불능 혹은 장애로 무언가 결손되버린 증상을 가진 사례입니다.
2부는 1부와 정반대로 '과잉'을 주제로 합니다.
3부는 회상과 환상을 중점적으로 다룬 '이행'에 대한 이야기이며,
4부는 지적장애를 중심으로 한 '단순함의 세계'에 대해 기술합니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챕터별 요약
병에 걸린 생명체, 다시 말해서 개인은 항상 반발하고 다시 일어서고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하고 주체성을 지키려고 한다.
1부: 상실
1.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인식불능증으로 전체적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세세한 정보만 인지한다. 그래서 옆에 있는 아내와 걸려 있는 모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자꾸만 아내를 머리에 쓰려고 한다. 그러나 환자는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2. 길 잃은 뱃사람
: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기억이 머리에 저장되지 않는다.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연결이 상실된 사람이다. 지속되고 있는 현재에 갇혀 과거를 잊고 산다. 그러나 환자는 연결의 단절 속에서 스스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이성을 통해 문제를 풀거나, 성당에서 예배를 드릴 때만큼은 끊어진 연결이 이어지는 듯 보였다.
3.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
: 급성 다발 신경염으로 고유감각을 상실했다. 자신의 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해 밥을 먹기위해 숟가락을 들지도, 음식물을 씹을 수도 없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기질적으로 유지해주는 것을 잃어버렸고 실존적 인식 기반을 상실했다. 그러나 환자는 잃어버린 하나의 감각을 나머지 감각을 이용해서 보충한다.
4. 침대에서 떨어진 남자
: 자신의 신체를 자신의 것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잠들다 깬 환자는 자신의 몸통에 죽은 사람의 다리가 붙어있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평생동안 자신의 몸에 붙어있던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5. 매들린의 손
: 인식 불능증으로 지각 능력이 상실되었다. 의사는 환자에게 환자의 내적 충동을 이용하는 방법을 처방한다. 음식을 좀 더 멀리 주면서 스스로 손을 움직여 식판을 쥘 수 있는 등의 내적 충동을 이용한다. 마침내 환자는 그 병원의 맹인 조각가로서 명성을 날린다.
6. 환각
: 환각통에 대한 사례이다. 신체 일부가 절단되어 없어졌으나 마치 그 신체 부위가 붙어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다. 저자는 이 현상이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신경생리학 관점에서 더 깊게 연구되어야하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7. 수평으로
: 파킨슨병에 의해 속귀감각이 손상되어 고유감각이 무너진 질병으로 기울어져 있는 자신이 똑바로 서있다고 인지한다. 환자가 쓰고 있는 안경에 특수한 장치를 달아 자신이 기울어져 있다고 알게 한다. 환자는 이 특수 장치를 통해 계속해서 기울어짐을 고쳐나간다.
8. 우향우!
: 중풍에 걸려 대뇌 우반구 일부가 손상되면서 왼쪽이라는 개념을 잃어버린 증상. 환자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360도 돌면서 왼쪽을 인식한다.
9. 대통령의 연설
: 수용성 언어장애, 완전언어상실증 등 언어상실증으로 인해 단어와 언어, 문법과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환자들은 단어, 언어, 문법, 구조는 이해하지 못해 알아듣지 못하지만 발화자의 표정이나 억양을 보며 의미를 해석한다. 그래서 이 환자들은 발화자가 지금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누구보다 빠르게 눈치챈다.
'팽창한다'는 말은 어디까지 진행될 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태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개념이 아니다.
2부: 과잉
10. 익살꾼 틱 레이
: 투렛 증후군에 대한 사례이다. 신경계의 기질적 원인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시상하부, 변연계, 편도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이 세가지 부분은 모두 감정과 본능을 관장하는 부분이다. 환자는 약물치료에 의해 증상이 완화되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가도 함께 받았다. 평소 그의 매력이었던 즉흥성과 재치, 센스가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11. 큐피드병
: 신경매독으로 스피로헤타균이 대뇌피질을 자극해 계속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는 증상이다. 치료를 위해 약물 치료가 선택되었고 환자는 질병이 완화되었지만 일전의 활발한 움직임과 상상력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12. 정체성의 문제
: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몇 초의 기억만 가지고 있다. 환자는 순간 순간 다른 기억 속에 살고 있다. 저자는 이 환자에게 영혼이 있을까 고민한다. 환자는 매순간 거짓의 세계에서 거짓의 자신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은 단편과 단편이 만나 제멋대로 섞여버린 비진실이 되어버리고 그것은 그의 내적 세계를 유지시키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
13. 예, 신부님. 예, 간호사님
: 뇌종양으로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아무렇게' 살아가는 환자. 환자에게는 모든 것이 똑같은 의미만 지닌다. 이 말은 곧, 모든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져버렸다는 설명이 된다
14. 투렛 증후군에 사로잡힌 영화
: 투렛 증후군보다 더 심한 증상으로 소위 투렛 정신병, 슈퍼 투렛 증후군으로 불리는 질병이다. 발병률은 일반적 투렛 증후군의 50분의 1 정도이다. 매일 이상한 충동에 휩싸여 충동의 희생자가 된다. 그리고 이것은 한 사람의 인격을 완전히 말살시킨다.
3부에서는 주로 회상을 다룬다. 이것에 의해 우리는 뇌 속이 어떻게 될 때 환영과 꿈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3부: 이행
15. 회상
: 뇌졸증의 결과로 계속 노래가 들린다. 똑같은 증상을 가진 두 환자가 등장한다. 한 환자는 노래가 들리는 환청에 지쳤고 이것이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환자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으로 행복해하고 생기를 경험한다.
16. 억누를 길 없는 향수
: 엘도파 투여를 통해 강제 회상이 나타난 예시이다. 파킨슨병에 의해 의식불명에 있던 노부인에게 엘도파를 투여하자 파킨슨 증상이 완화되는 동시에 원시적 충동의 항진에 의한 수의운동 흥분이 일어나면서 젊은 시절을 완벽하게 떠올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17. 인도로 가는 길
: 관자엽 발작으로 구체적인 환영으로 보는 한 인도 소녀의 이야기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보는 환상의 빈도는 많아지고 시간도 길어졌다. 그녀는 더 이상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18. 내안의 개
: 약물중독에 의해 특정 감각이 지나치게 발달된 한 의대생의 사례이다. 색채, 시각, 후각 감각이 다른 감각보다 예민하고 구체적이게 되었다. 약물 치료로 증상이 완화되었을 때 그는 치료된 만큼 잃어버린 것도 많다고 고백한다. 후각에 의해 모든 것을 보던 그 독특한 세계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19. 살인
: 펜시클리딘 중독으로 의식 상실이 일어나 약물중독 상태에서 애인을 죽이고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정신병원에 수감된 그가 뜻밖의 사고로 머리에 충격을 입게 되고 자신이 저질렀던 살인을 기억해내게 된다. 그는 이제 매일 살인하는 기억으로 평생 죄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20. 힐데가르트의 환영
: 빙겐의 수녀인 힐데가르트는 신의 계시로 환영을 보고 기록한다. 저자는 그녀의 글과 그림을 보고 그녀의 편두통과 관련된 무엇 때문에 환상을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이 없는 환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신에 대한 경외가 될 수도 있다고 서술한다.
구체성을 통하여 감수성, 상상력, 내면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반면, 구체성에 사로잡히면 의미 없는 세세한 것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인들에게는 양쪽의 가능성이 증폭되어 나타난다
4부: 단순함의 세계
21. 시인 레베카
: 퇴행성 근시, 둔한 행동, 어린아이 같은 생각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지적장애 소녀. 소녀는 행위 상실증, 인식불능증, 감각 및 운동의 결손의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시적 능력은 뛰어나다. 가령, 그녀는 자연을 보고 이렇게 설명한다. "너무나 아름답지요? 봄, 탄생, 성장, 깨어남, 계절, 만물이 때를 만났다".
22. 살아 있는 사전
: 수막염에 의해 정신지체가 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는 오페라 2,000여 곡 이상을 알고 심지어 외우고 있으며 오페라의 무대 장치까지 외울 수 있다. 그는 음악의 모든 것을 기억하며 음악가 사전을 암기하는 사람이다.
23. 쌍둥이 형제
: 자폐증 쌍둥이 형제에 대한 사례이다. 둘은 자폐증이나 암기와 계산 능력에 굉장히 뛰어남을 보였다. 그들만의 소수 게임을 하고(총 20자리수의 소수까지 서로 주고 받는다.) 특정 일의 요일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은 '치료'에 의해 빼앗긴다.
24. 자폐증을 가진 예술가
: 자폐증을 가진 환자이나 복사기처럼 모든 것을 기억해 그린다. 그의 그림은 똑같이 그리는 것뿐 아니라 사물의 특징을 기억해 더욱 생동감 있고 생생하게 그려낸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서평 ; 질병과 치료 그리고 인간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소개하고 있는 정신학적 질병들의 대부분은 '기질적' 질병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례를 볼 때 환자 자체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습니다. 환자는 질병과 싸우고 있는 주체이자 질병과 같이 살아가는 대상입니다. 저자는 질병과 환자를 동시에 고민하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관찰하고 진단하면서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알아갈 수 있는 것처럼 질병을 연구하고 탐구하면서 환자 즉, 사람 자체의 본질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니체는 이렇게 질문합니다. "우리 인간은 병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까?". 우리는 정말 먼 미래에 질병을 정복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인간과 질병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인간이 존재하는 이상 질병이 없어질 수는 없는게 아닐까요. 과학기술의 발전은 질병을 없애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범위를 넓히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소개한 질병과 치료 중 종종 치료과정에서 환자의 행복이 사라지는 예시가 등장합니다. 모두 치료를 받아 사회적으로 정상 범주에 들어갔을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행복과 즐거움을 잃어버렸습니다. 치료는 분명 긍정적인 것인데 왜 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따라오는 걸까요.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됩니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 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큐피드와 디오니소스의 세계이다.
우리는 질병을 통해 사람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질병을 통해 '당연함'에 대해 의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이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과거, 기억의 연속성으로 현재의 내가 나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 고유감각이라는 실존적 감각을 통해 내가 나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일까, 연속성과 실존성을 잃어버렸다면 난 무엇으로 나임을 주장해야하는 것일까 등 참 많은 철학적 고민을 가능하게 합니다.
차갑고 기술적인 것만 같은 의학 서적에서 따듯하고 철학적인 질문이 가득한 것은 아마도 저자 올리버 색스가 그러한 사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질병과 사람 사이에서의 고민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이기에 읽는 독자로 하여금 사람과 세상에 대해 질문을 갖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기묘하고 이상하게 여겨질지라도 이를 '병적'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부를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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