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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도서 리뷰] 사이먼 싱,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 300년 동안 풀지 못한 공포의 방정식

by 제이네스(Jness)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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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싱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 단 한 권의 수학 책을 추천해야 한다면, 단연 이 책을 권하겠다

 

▣ 플라톤의 형이상학에 따른 '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플라톤의 형이상학에 따르면 수학은 '완벽'하게 '존재'하는 개념입니다. 우리 세계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입니다. 우리 세계에서 수많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우리 세계가 파괴되고 멸망한다고 해서 숫자라는 개념은 훼손되거나 변형, 소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숫자라는 것은 오랜 시간동안 땅 밑에 묻혀있다가 어느 날 짠하고 나타난 존재가 아닙니다. 실험실에서 탄생된 존재도 아닙니다. '발견'하거나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냥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인류가 사라지고 세계마저 사라져도 영원히 거기에 있을 어떠한 독자적 존재입니다. 

 

우리는 독자적 세계에서 홀로 존재하는 수학을 우리 세계로 끌고 와야합니다. 수의 세계가 우리 세계로 오기 위해서는 건널 수 있는 다리가 필요한데 이러한 다리를 건설하는 건축가가 바로 수학자입니다. 수학자들은 고집 있고 섬세한 건축가라 다리 하나를 건설하는데 온 힘과 정성을 쏟습니다. 논리와 증명 없이 절대 다리를 건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이 고집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수학자들이 다리를 어떻게 건설하였는가에 대한 역사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밟고 있는 다리 하나에 얼마나 많은 논리와 증명이 포함되어 있는지, 그들이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실패했는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진리는 다른 진리들에서 추론 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진리들 역시 그보다 더욱 근본적인 진리에서 유도될 수 있어야 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xn + yn = zn ; n이 3 이상의 정수일 때, 이 방정식을 만족하는 정수해(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17세기 프랑스의 아마추어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가 디오판토스의 저서 《아리스메티카》에 남긴 이 한마디에 지난 350여 년간 수학자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 누구도 이'증명'을 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가 이를 증명하는데 성공하였다. 앤드루 와일즈의 소년 시절, 시골 도서관에서 이 '정리'와 처음 접하면서 그것을 증명하기로 마음 먹었고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의 꿈은 40대에 실현 되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피타고라스 시대부터 ‘수학의 아름다움’에 미쳐버린 사람들의 꿈을 한 편의 ‘드라마’로 엮어놓은 기록이다. 수학과 친하지 않더라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명멸해 간 수학 천재들의 치열한 삶을 흥미롭게 풀어 놓았다.
저자
사이먼 싱
출판
영림카디널
출판일
2014.07.01

나는 경이로운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에 옮기지는 않겠다.

 

▣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란?

수학자들이 발견한 수의 세계는 무궁합니다. 그러나 간혹 발견하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가 있는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바로 그 미지의 세계입니다. 이 미지의 세계를 공표한 인물은 바로 17세기 수학자 페르마입니다. 그는 이 미지의 세계를 공표해버린 후 자신은 그 세계에 다녀왔다고 말합니다. 이 한 문장 때문에 수학자들은 향후 300년간 혼란과 방황을 계속합니다. 페르마의 노트 한 귀퉁이에는 이상한 방정식이 적혀있고 페르마의 짓궂으면서도 당당한 문장 하나가 적혀있습니다. 

"나는 경이로운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그러나 책의 여백이 너무 좁아 여이게 옮기지는 않겠다"

 

x2+y2=z2 (피타고라스의 정리)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우리가 잘 알고있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 시작합니다. 페르마는 피타고라스의 방정식에서 지수만 변형하여 새로운 방정식을 만들었고 이 새로운 방정식을 만족시키는 정수해는 존재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유에 대해서 적어놓지 않았습니다. 즉, 증명은 없었습니다. 

n이 3이상의 정수일 때 Xn+Yn=Zn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 페르마의 정리

이제 이 방정식은 300년동안 수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페르마의 정리는 너무나 단순한 방정식입니다. 책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하기 위해 도전했던 수많은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수학의 역사와 수학의 논리들이 등장합니다. 

 

수학적 '증명'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킨 피타고라스, 귀류법을 개발한 유클리드, 무한 반복성 귀류법을 통해 n의 값중 3과 4일때 페르마의 정리를 증명해낸 오일러,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여자 수학자 테아노(피타고라스의 아내이기도 하다), n이 소수일 때 증명하려고 했던 제르맹,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 페르마의 정리를 정복할 결정적 힌트를 제공해 준 시무라 로고와 다니야마 유타카(다니야마-시무라의 추론), 그리고 마침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정복해낸 수학자 앤드류 와일즈까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모든 결정적 수학자들이 등장합니다. 

 

대부분의 수학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몰두해 있는 수학자를 마치 '화학자가 연금술사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수학자의 궁극적 목표: 수학의 대통합

책을 읽다보면 페르마의 정리에 대한 정복이 결단코 한 명의 천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최종 정복은 앤드류 와일즈라는 인물에 의해 되었으나 그의 이론 역시 수많은 수학자들의 이론과 실패를 차용했기 때문입니다. 한 명의 노력이 아닌 수많은 수학자들의 노력, 실패라고 생각했던 아이디어, 다른 증명에 사용된 아이디어, 전혀 다른 현상을 설명했던 이론, 모순을 가졌던 증명들이 결합되면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하나의 이론이 탄생한 것입니다. 앤드류 와일즈는 과거 다리 건축가들의 무너지고 훼손된 다리를 보수하고 다시 하나로 이어 새로운 다리를 건설했습니다. 

 

이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증명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의 세계는 방대해서 아직 까지 풀지 못한 미지의 세계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완전수에 대한 미스터리, 4색 문제, 케플러의 공 쌓기 등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 놓여있습니다. 

 

다리의 건축가 수학자들은 이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바로 수학의 대통합입니다. 모든 다리를 연결해서 하나의 길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앤드류 와일즈가 증명 하나를 위해 수많은 다리를 밟았던 것처럼, 증명 하나에 걸린 시간이 300년이었던 것처럼, 수학의 대통합 작업은 어렵고, 고되고, 긴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앤드류 와일즈가 해냈던 것처럼 많은 수학자들은 반드시 수는 통합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수는 우리와 무관하게 그의 세계에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옛날부터 수학 문제들은 항상 이런 과정을 거쳐왔겠지요.
이제 우리는 관심을 끌만한 새로운 문제를 찾아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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